‘인간극장’ 사랑하는 희에게, 연애편지 이은형 김준희 부부 치매 증상 8남매 자녀 나이 고향 97세의 시어머니 가족사
사랑하는 희에게
방송일 : 2021년 10월 4일(월) ~ 10월 8일(금) / 오전 7:50~8:25
방송매체 : KBS1-TV
보도자료 문의 : 한송희 취재작가 (02-782-8222)
54년 전, 펜팔로 사랑을 싹틔웠던 이은형(76) 씨, 김준희(76) 씨 부부.
얼굴도 모른 채, 1년 6개월 동안 편지를 주고받고, 5번의 만남 끝에 결혼했다.
그런데, 한없이 착했던 며느리이자 순종적이었던 아내가 이상해졌다.
갑자기 불같이 화를 내고, 매일 다니던 길을 헤매고, 했던 말을 반복했다.
4년 전, 병원에서 받은 진단은 치매 초기.
일상생활이 위태로운 아내를 보살피며, 은형 씨는 지나온 시간을 돌이켜 본다.
시작은 사진 한 장에서였다. 이웃집에서 우연히 본 사진 속 준희 씨에게
무작정 자신을 소개하는 편지를 쓴 은형 씨.
동갑내기 아가씨 ‘희’는 따뜻하고 감성적인 글로 답장을 보냈다.
두 남녀의 첫 만남은 1년 6개월 만에 이루어졌다.
가난한 집안이었던 은형 씬, 부잣집 딸인 준희 씨를 보고 마음을 접으려고 했었다.
그러나, 용감했던 준희 씨가 은형 씨를 붙잡아줬고,
집안의 허락을 받아냈다.
낭만적인 연애편지와 달리, 결혼생활은 달콤하지 않았다.
8남매 장남인 남편에, 막내 시동생은 겨우 6살.
가족들의 밥을 챙기고 나면 정작 준희 씨는 굶기 일쑤였다.
심지어 시집온 지 3일 만에, 갑자기 쓰러져 생사를 넘나들던 시어머니.
남편의 도움이 절실했었지만, 편지 속 다정했던 남편은 ‘지독한 효자’였고, 가부장적이었다.
아내보다 어머니와 어린 동생들이 먼저였고,
조상의 사당을 정비하느라 큰돈을 쓰기도 했다.
그러면서 아내의 고생엔 인색했던 남편, 다정한 말 한마디 듣지 못했다.
그렇게 힘든 세월 탓일까? 달콤한 연애편지의 기억조차 희미해지고 있다.
아내가 아프면서, 평생 처음으로 하는 일이 많아진 은형 씨.
어설프게나마 집안일을 하고, 아내에게 ‘고맙다’, ‘고생했다’라고 말하게 되었다.
그 덕분인지, 준희 씨의 치매는 크게 악화되지 않은 채, 일상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그런 아내에게, 은형 씨는 52년 만에 다시 편지를 쓴다.
평생을 표현하지 못했던 마음을 담아, 너무 늦지 않게 보내는 편지
“사랑하는 희에게”
# 아내의 기억이 사라지고 있다.
54년 전, 펜팔로 사랑을 싹틔웠던
이은형(76) 씨와 김준희(76) 씨 부부.
1년 6개월간 얼굴도 모른 채 편지를 주고받다가
다섯 번의 만남 후 결혼을 했다.
동고동락한 52년의 세월,
준희 씨는 한없이 착한 며느리이자, 순종적인 아내였다.
그런데, 아내의 행동이 이상해졌다.
천사 같던 아내가 불같이 화를 내고,
매일 다니던 길을 잃어버리고,
같은 질문을 반복하며 엉뚱한 말을 했다.
씻지도, 먹지도 않은 채 멍하니 누워만 있고,
혼자 있는 것을 불안해해 온종일 은형 씨만 쫓아다녔다.
심할 땐 자식도 알아보지 못했다.
4년 전, 병원에서 받은 진단은 치매 초기였다.
아내가 아프다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했던 은형씨...
남편의 말이라면 무조건 따르던 아내였기에,
더 혼란스럽기만 했다.
52년간 내가 알던 아내는 어디로 갔을까?
은형 씨는 다시 세월을 되짚어보기 시작했다.
# 오래된 흑백 영화처럼...
시작은 사진 한 장에서였다.
이웃집에서 우연히 보게 된
흑백 사진 속 단발머리 아가씨.
23년간 연애 한 번 못 해본 은형 씨는
그녀에게 첫눈에 반했고,
무작정 자신을 소개하는 편지를 보냈다.
그렇게 동갑내기 남녀는 사랑을 싹틔웠다.
은형 씨가 준희 씨를 부르는 애칭은 ‘희’였다.
‘희’는 순진하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가진 상냥한 아가씨였다.
우정이 변치 말자는 뜻으로 보내온 달맞이꽃,
어긋난 첫 만남과 아쉬움을 가득 담은 편지,
그리고 수줍게 보낸 선물.
1년 6개월간, 두 청춘은 오래된 흑백 영화같은 사랑을 했다.
수많은 감정이 오고간 후, 드디어 만나게 된 두 사람...
하지만 가난한 대가족 집안의 실질적 가장이었던 은형 씨,
준희 씨가 동네에서 가장 큰 부잣집 딸인 것을 알고,
자격지심에 마음을 접으려 했다.
그러나 용감했던 준희 씨가 은형 씨를 붙잡아주었고,
두 사람은 결혼하게 되었다.
# 차비가 없어서 도망을 못 갔어...
결혼 후, 준희 씨에게 펼쳐진 건 꽃길이 아닌 가시밭길이었다.
8남매 장남인 남편에, 막내 시동생은 겨우 6살.
손이 부르트도록 방아를 찧어 식구들에게 밥을 해 먹이고 나면
정작 자신이 먹을 밥은 없었다.
부잣집 아가씨였던 준희 씨는 난생처음 배고픈 설움을 알았다.
심지어 시집온 지 삼 일만에 갑자기 앓아누운 시어머니.
집에 사람을 잘못 들였다고 수군대는 통에
준희씬 눈물도 많이 흘렸다.
게다가 다정했던 남편은 결혼 후 무심하게 변했다.
어머니가 잠들 때까지 머리맡을 지키던 효자,
은형 씨에게 가장 중요한 건 가족이 배곯지 않고 사는 것이었다.
고생하는 준희 씨를 보듬어 주기는커녕,
장손도 아닌데 할아버지와 조상들의 제사를 모셔와 지내고
조상의 사당을 정비하느라 큰돈을 쓰기도 했다.
고집불통 남편을 묵묵히 따르기는 했지만
아내의 속은 썩어 들어갔다.
돈이라도 있었다면 도망이라도 갔을 텐데,
시집갈 때 돈을 지니고 오면, 근심이 생긴다는 속설 때문에
돈 한 푼 챙겨 오지 않았다.
그렇게 힘든 세월 탓일까?
달콤한 연애편지의 기억조차
희미해지고 있다.
# '사랑하는 희에게' 다시 보내는 편지
아픈 아내를 보살피며,
은형 씨는 52년간의 결혼생활을 돌이켜 본다.
뭘 하든 자식과 남편을 일 순위로 여겼던 아내.
평생 일만 하느라 허리가 꼬부라질 동안
괜찮냐고, 그리고 고맙다는 말 한마디를 하지 못했다.
늦은 후회라 할지라도,
은형씬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어설프게나마 집안일을 하고,
아내가 힘들까 농사 규모를 줄였다.
정신을 잡으려 안간힘을 쓰는 아내가 안쓰러워,
사소한 일에도 고맙다, 미안하다는 말을 자주 한다.
무엇보다, 아내를 지켜보는 시간이 많아졌다.
아내의 신발에 난 구멍을 먼저 알아채기도 하고,
색칠 공부를 하는 아내에게 색연필도 깎아 준다.
97세의 시어머니 역시, 며느리의 약을 챙기고
집안 살림의 빈틈을 메꿔 준다.
그 덕인지, 한동안 심각했던 준희 씨의 상태는
더 악화되지 않았고, 올해는 호전되기까지 했다.
농사일도 조금씩 거들고,
4년 만에 남편의 생일 미역국도 끓였다.
그런 아내에게, 은형 씨는 52년 만에 다시 편지를 쓴다.
여태껏 하지 못했던 말들과 표현하지 못했던 마음을 담아,
‘사랑하는 희에게’, 눈물의 편지를 쓴다.
1부 줄거리
52년 전, 펜팔로 만나 결혼을 했던 은형 씨와 준희 씨.
아내 준희 씨는 4년 전, 치매 진단을 받았다.
희미해진 기억에 불안한 일상이지만
습관처럼 남편의 일을 돕고,
그런 아내를 돌보는 은형 씨도 할 일이 많아졌다.
그런데 어느 날, 아흔일곱 살 어머니도 편찮으시고
아내의 상태도 심상치 않다.
‘인간극장’ 사랑하는 희에게, 연애편지 이은형 김준희 부부 치매 증상 8남매 자녀 나이 고향 97세의 시어머니 가족사
